가회동60 스페이스향리
open 5월 6일(수) pm6:00
www.hyangli.com E-mail. hyangli@hotmail.com
관람시간 am 11:00 ~ pm 7:00 / 월요일 휴관
<향리>의 개관전에 부쳐 _ 2008년 전시서문 중
<향리>는 고향을 이르는 말이다. 고
향리_52.3x56cm_water coolr on paper_1978_268
김종휘_향리_61.6x49.8cm_water coolr on paper_1978_459
김종휘_향리_24x28.6cm_water color on paper_1980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지금도 조용히 담배를 피워 물고 당신의 화실, 화폭 앞에 앉아계신다.
말씀이 없으셨고 늘 고향을 그리는 분이었다.
경주에서 태어나셨지만 어린 시절을 함경도 광산촌에서 보내신 아버지는
가지 못하는 기억 속의 산과 고향마을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품고 계셨다.
일요일이면 화구를 들고 소주와 담배를 챙겨 산을 찾으시던 아버지.
돌아온 아버지의 가방 안에는 기억 속 고향을 다녀오신 양 흥에 겨운 스케치들이 가득 했다.
나는 아버지의 그림을 보는 게 좋았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선가의 풍경인가, 그저 바람과 구름 속에 감싸인 산과 동네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어린 나로서는 감지할 수 없는 아련한 감정들이 스며있는 듯 했다.
타향에서 찾아내어 스케치한 고향 풍경들이 화폭 위에서
담백한 칼라의 수채로 혹은 과슈로 물을 가득 머금은 색을 입을 때,
나는 마치 그곳에 없는 듯 조용히 아버지 뒤편에 턱을 괴고 앉아 그 풍취를 감상하다 잠이 들곤 했었다.
봄기운 가득한 오월, 가회동60 향리에서 아버지
농익고 깊어 묵직한 아버지의 유화도 좋지만,
이런 계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나서듯 담백한 수채화가 어울린다.
어린 시절, 살던 곳을 떠나 새로 맞이한 낯선 고향 이북 땅 험준한 산마루에 지게를 놓고 앉아
마냥 건너편 마을을 바라보며 북받치던 서러움…
그렇게 서글픈 마음에 차곡차곡 품어온 새 고향을 이제는 먼 발치로나마 볼 수 없다는 상실감…
고향을 두 번 잃고 나서 이제는 소통조차 할 수 없는 당신 자신과 조국에 대한 연민의 교차…
그리고 그것을 바람에 실어 휘날리는 필치로 풀어내셨을 아버지의 마음…
의미를 부여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리움이 그림을 낳는 것일까, 그림이 그리움을 낳는 것일까.
이제와 새삼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나는 아버지의 수채화 한 폭에 내 마음을 녹여 조용히 날려 본다.
그림과 그리움을 넘나들며 이곳 향리에 아버지를 그려 본다.
가회동60 스페이스 향리 Director 김 정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