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EXISTENCE
JUNG MI JUNG
정미정
2013. 5. 2 Thu – 5. 8 Wed
Open 11 am - 7 pm
GAHOEDONG60
갤러리 가회동 60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60번지
02-3673-0585
Blue sky #2_53x45.5cm, Oil on canvas_2012
CO-EXISTENCE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해를 등지고 지평선 위 빼곡히 들어 찬 빌딩들과 화면을 분할시키듯 시야를 가로막는 황금빛 전봇대가 하늘 위로 우뚝 서있다. 시선 너머로 보이는 도시 풍경은 사라지는 저녁 빛을 받으면서 낮의 온기를 잃어가고 화면 중앙 전봇대 만이 홀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전봇대는 우리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점차 사라지는 풍경 중 하나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곳곳에 설치됐던 전봇대는 점차 우리 발 밑 땅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렸다. 도시의 또 다른 가로수처럼 한자리에 박혀 옴짝달싹 못하는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Day & Night_80.3x100cm_Oil on canvas_2013
작품 속 도시 이미지는 사진이나 사실주의 그림에서처럼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닌 네거티브 사진 마냥 색을 잃었거나 반대로 몹시 화려하다. 이 형상들은 마치 기억 속 어렴풋이 떠오르는 환영처럼 일렁이거나 물컹거리고 또 그렇기 때문에 흔들거리면서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초기 작품 속에는 몽환적 도시와 오색 찬란한 나비 형상들이 떠돌아 다닌다.
일렁이는 도시 풍경 위로 펼쳐지는 하늘은 비현실적이게 평면적이거나 사물의 윤곽이 희미해지는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시간의 경계,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이 시간을 낮이라고 하기엔 밝음의 강도가 약하고 밤이라고 하기엔 어렴풋하게나마 사물의 형체가 구별되는 밝음에서 어둠으로 옮아가는 시간적 공간적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시간이고, 이 불분명한 경계는 때로는 늘 익숙하던 세계를 갑자기 낯설게 만들어버린다고 한다. 또한 깊이 감을 상실한 체 평면적으로 끝없이 펼쳐진 하늘은 콧속으로 들어올 공기가 소멸된 듯 압축된 대기 속에 갑갑함을 느끼게 만든다.
Evening glow_72.7x90.9cm_Oil on canvas_2012
이 불분명한 시간과 공간 속의 작가 ‘나’는 위태위태하게 팔랑거리는 날개 짓을 멈추고 도시 화석처럼 아스팔트 아래로 깊숙이 뿌리를 박는다. 방랑자이기를 거부하고 도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이 새로운 존재는 더 이상 이동이 불가능하다. 이런 존재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은 오직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듯 전봇대를 휘감은 전선뿐이다. 도시의 혈맥과도 같은 이 전선줄을 타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감으로써 나는 타인과 도시와 그리고 세계와 소통을 시작한다.
“파리에서는 전봇대와 전선을 볼 수 없었죠. 그러다 우리나라에 돌아오니 익숙한 기억 속의 그 광경이 아주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뒤엉켜있는 전깃줄을 통해 이 도시 위를 서로 얽히고 설켜 소통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유기적 관계’를 느꼈죠. 얽히고 설켜서 여기 저기 억지로 정리한 듯 뻗어 있는게 한국적 모습 같았어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어느 집과 내가 있는 곳이 이 선들로 연결되어 있더군요. 어쩜 이 전선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온 지구 사람들을 다 만나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녀의 도시는 단지 많은 존재자들로 채워져 있는 공간이 아니라 나와 함께 소통하며 숨쉬는 도시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선들은 세상과 내가 관계를 맺고 그 속에 있는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Fly to the sky #2_53x65.1cm _Oil on canvas_2012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정의하고 있는 것, 우리가 이렇게 또는 저렇게 맺고 있는 것 등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 자신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성의 눈으로 내 주변에 존재하는 것을 바라본다면 이 존재의 이유는 ‘인간들의 소통에 대한 갈망’이다. 왜냐하면 소통하고 고민하려는 자체가 인간에게는 ‘실존’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내-존재’는 인간만의 독특한 실존 방식이다. 이 세상 속 ‘나’는 단지 ‘존재’하기만을 위해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다른 존재자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각자 자기 삶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존재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봇대라는 ‘나’는 다른 존재자들과 전선으로 연결되어 내가 아닌 타인과 함께 만나고 있으며 함께 ‘거기 있음’을 이야기 한다. 전류를 통해 건너건너 온 세상에 대한 정보는 내가 세상을 알아가는 목적으로만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는 이유와 근원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존재와 존재 사이에 소통하는 인간의 속성에 대해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한다. 이 세계에서 인간만이 자기와 타인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부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그 능력 덕택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때문에 두 존재의 영역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의식을 가지지 못한 존재인 사물, 곧 즉자존재는 자기 충족적이며, 자기 이외의 다른 존재와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다. 반대로 대자존재인 인간은 의식을 통해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게 된다. 이와 같이 대자존재인 인간은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져서 알려고 노력하며 서로 소통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지향시키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세계를 만드는 것은 바로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는 나 자신이다.
Pink cloud under the sun_33.4x53cm_Oil on canvas_2013
Orange sky_27.3x40.9cm_Oil on canvas_2013.jpg
도시 속에서 타인과 소통하는 나는 그 고독함을 온 몸으로 부딪친다. 무언가 단단한 끈으로 연결된 것이 아닌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것 일지언정 언젠가는 끊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문득 엄습할지언정 소통을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내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꼭 상호 소통이라는 말과 동일시 되지는 않지만, 저 연결고리 가운데 우리는 독백일 수도 메아리일 수도 있는 끊임없는 외침으로 이 도시 전체를 휘감고 관계를 맺게 한다. 그래서 난 살아 숨쉬고 주변과의 관계와 소통을 통해 내가 살아 있는 존재임을 다시 확인한다. 그것이 방랑자로서든 정착민으로서든 간에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갑갑한 현실 속 나를 소외시키기도 버티게도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 정상연 (미술비평)
Blue river_24.2x33.4cm_Oil on canvas_2013
도시와 관계 맺기 그리고 어지럽게 공존하기
도시의 소통은 역설적으로 고요하지만 수다스럽다. 도시는 언제나 분주하고 빠르다. 어디가 시작이며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전선과 닮았다. 타인이지만 그 관계는 생각해 보면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아이러니 속이 우리의 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지럽게 널린 전선은 지난날 소통과 사회와 관계 맺기, 어쩜 지난날 아날로그적 향수와 디지털이란 새로운 수단에 대한 과도기적 혼란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전시 Co-existence는 내가 일상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떻게 일상의 파편이 개인, 작가(나의)의 색깔로 재구성되는지 ‘보기’에서 출발한다. 기억의 파편들을 꺼내어 그것들을 색을 통해 낯선 것으로 바꾸는 것이 즐겁다. 그런 기억의 파편은 감정과 만나 내가 조작한 또 다른 감각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그 세계는 현실과 닮은, 개인의 기억에 자리잡은 또 다른 환영의 세계, 타인과 도시 그리고 소통이 공존하는 세계일 것이다.
■ 정미정
Red sky #3_24.2x33.4cm_Oil on canvas_2013
정미정 | JUNG MI JUNG
용인대학교 회화과 졸업
프랑스 국립 헨느 2대학원 석사 졸업 (UNIVERCITE DE RENNES II)
Solo exhibitions
2013 CO-EXISTENCE전, 갤러리 가회동 60, 서울
2012 남송국제아트쇼, 개인부스전 성남아트센터, 성남
2012 CiTy ScApE전, 앤 갤러리, 서울
2011 정미정 기획전, 갤러리 고도, 서울
Group exhibitions
2013 도약의 스마일전, 청작화랑, 서울
2012 HongKong Contemporary, The Park Lane Hong Kong Hotel, 홍콩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삼성 코엑스, 서울
2011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삼성 코엑스, 서울
사랑, 나눔, 기쁨, 서울대병원 소아암 어린이 후원전, CNB 갤러리, 서울
AHAF HK11, 아시아탑갤러리호텔아트페어, Mandarin Oriental Hotel, 홍콩
Nature, Human, Culture전, 이앙갤러리, 서울
2010 한 · 일 교류전, 도쿄시립미술관, 일본
새로운 도약전, 청작화랑 선정작가전, 서울
Silk road its history of life전, 평택예술관, 평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