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hibition/Review

I'm just a hole _ 황희진展 _ 2015_0422 ▶ 0428


I’m just a hole

HWANG HEE JIN


나 는 구 멍 이 에 요

황 희 진 개 인 전


2015. 4. 22 ~ 28


open 11am - 7pm/휴관일 없음


가회동60_GAHOEDONG60

www.gahoedong60.com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60번지

02-3673-0585

gahoedong60@gmail.com






황희진_나는 구멍이에요 I'm just a hole _장지, 분채, 대리석가루_ 130cmx130cm_2011






to. 당신


누구나 그러하듯 내 몸에도 10개의 구멍이 있어요.

어떤 구멍은 생존을 위해 열심히 작동하고 어떤 구멍은 자신이 왜존재하는지 조차 잊고 그저 위치만 지키고 있으며 또 다른 구멍은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기도 하죠.

구멍들은 제각각의 소임을 다하려 제법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성복의 시집과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고 영화 그녀(Her)를보며 내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하기도 한답니다. KBS 라디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을 들을 때 알지 못하던 피아노곡이나 4중주곡이 흘러 나와 가슴을 저미면 얼른 제목을 적어두고 쾅쾅거리난해한 교향곡이 소개되면 조금 참아보다가 곧 꺼버리고 팟캐스트 신형철의 문학이야기를 경청하며 소개되는 책들을 다 읽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시간의 한계에 안타까워해요. 30대에 접어들 무렵 예민하던 후각을 난데없이 상실하여 강한 냄새, 나쁜 냄새 등 간헐적인 냄새만 맡게 되었을 뿐 아니라 어릴 적 꼬마일 때도 안 흘리던 콧물을 겨울만 되면 줄줄 흘려 슬프게도 코찌질이가 되고 말았어요.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TV뉴스에서 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에 큰 쇼크를 받아 정신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고기를 끊었지만 작은 미물이나 몸집이 큰 동물이나 똑같은 생명일진데 아직 그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해 바다에서 사는 물고기는 내 몸의 단백질을 위해 이기적으로 섭취하고 있어요.







황희진_성(聖)스러운 구멍들 holy holes_장지, 분채, 대리석가루_ 145.5cmx112cm_ 2012


황희진_성(性)스러운 구멍들 sexy holes _장지, 분채, 대리석가루 145.5cmx112cm_2015







이렇게 위쪽 구멍들은 살아있고 살아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반면 아래쪽은 영 신통치 못해요. 

가운데 구멍은 오직 성별을 구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묵묵히 존재할 뿐이고 그 앞과 뒤는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나를 긴장하게 만들죠.

이러한 구멍들은 나를 ‘나’로써 만들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냄과 동시에 ‘당신’ 과의 교류에도 막중한 책임을 띄고 있기도 해요.









황희진_나는 구멍이에요 I'm just a hole _장지, 분채, 대리석가루_ 130cmx130cm_2014







당신의 말을 듣고 당신을 이해하고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을 칭찬하며 낭낭한 단어들로 속삭이고 서로 교감하여  

번식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게 그 구멍들의 본래 역할이기도 하죠. 그런데 구멍들은 나를 위해서는 애쓰는 반면 당신과 

함께 해야 할 임무는 까맣게 잊어 버렸나 봐요.


그때는 알지 못했어요.


당신은 자신만의 고유한 역사가 있고 그 과거들이 지금의 당신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어처구니없는 당신의 행동과 당신의 사상, 당신의 말들이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황희진_미자 구멍 Mary's hole_장지, 분채, 대리석가루_100cmx80cm_2014



황희진_영자 구멍 Emma's hole_장지, 분채, 대리석가루_100cmx80cm_2012


황희진_숙자 구멍 Beth's hole_장지, 분채, 대리석가루_100cmx80cm_2013








그런 당신 때문에 상처받아 가슴에 심장에 구멍이 뻥 뚫려서 놀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무조건 도망치는 것 

뿐 이였죠. 그 구멍이 회복되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했고 적막하고 고요한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조금은 

넓어지고 깊어졌어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겁이 나고 두려웠던 당신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을 만나면 지금의 평온이 박살나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온갖 희로애락에 이리 체이고 저리 쓰러지겠죠. 

그래도 이제는 해야할 때인 것 같아요. 여전히 예민하고 아직은 나약하지만 작은 용기가 생겼거든요.








황희진_같이가자 lnterdependence_장지, 분채, 대리석가루_100cmx80cm_2010






당신의 구멍들은 어떤가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우리는 어디에서 마주칠 수 있는 거죠? 

내 구멍들에서는 막 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어요. 이 꽃들이 맞닿을 곳이 없어 서성이다가 마치 동백꽃처럼 

하게 몸을 떨구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구멍들이 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서로 이해하고 교감하며 어루만지고 싶어요. 이리 살든 저리 살든 모두 허망하고 부질없다면 

당신과 함께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당신.

내 구멍으로 들어오세요.



from. 구멍








황희진_삼족오_장지,먹,분채,대리석가루_92x73cm_2011








황 희 진

Hwang Heejin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중학교에 들어가

중3 담임선생님이셨던 이흥덕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을 시작하여

대학에서는 이만수, 김진관 교수님께 지도받아 채색화를 시작하였고

대학원에서는 이숙자 교수님께 석채를 배웠습니다.

다소 늦은 200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3년 뒤 2010년에 2회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개인적인 큰일로 5년이나 지난

지금 2015년에 3회 개인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일본 학생들과 전시교류를 했던 소중한 추억이 있고

그 이후 여기저기 단체전에 참가하기도 하였습니다.

2008년과 2010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을 팔아

볕들날을 잠깐 맛보기도 하였으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에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여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기나긴 시간을 함께 보내야만 서로 통하게 되는 채색화를

등이 휘도록 그리고 또 그리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