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선 개인전
KIM MIN SUN 2nd Solo exhibition
2014. 5. 14. (수) - 20. (화)
가회동60
GAHOEDONG60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60번지
02-3673-0585
김민선_설악산-공룡능선/구름위에서_97x163cm_oil on canvas_2014
열정은 산을 만들고 길은 다시 열정으로 향한다
산은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 배경에 머물던 산이 본격적으로 화면의 중심으로 옮아온 것은 19세기 낭만주의부터인데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대자연의 모습은 숭고의 대상으로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소재였다. 하지만 산이 초월적이고 항구적인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개인적 경험에 의해 산출된 복합적 이미지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터 자연은 예술가들에게 구속이 되었다. 시(詩)가 문법에서 해방되어야 했던 것처럼 그림도 자연의 모방에서 탈피해야 했고 선과 색의 조화로 세계를 표현해 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지적공감(이성)만으로는 다가갈 수 없는 실재에게 우리를 인도해 주는 것이 예술의 기능이라 할 때 자연의 친근한 외형을 버린 그림은 공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내재적 자율성이 극대화된 모더니즘의 순수추상과 시지각적 인식이 가능한 구상이 만나는 특별한 지점이 필요했고 우리는 그것을 김민선의 작업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김민선_북한산-봉우리/지고선(至高善)_50x116cm_oil on canvas_2014
김민선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산의 형상은 원형적 이미지(archetypal image)에 가깝게 표현되어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에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화면을 구성하는 형식적인 요소인 형태와 선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가 선택한 산이라는 주제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산은 단순화된 형태와 응축된 색으로 인해 구체적이고 개별적 요소가 생략되어 원형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산의 고유한 형상을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특히 한라산의 백록담과 성산 일출봉, 우도 등 한 눈에 그 장소성을 확인 할 수 있는 유명한 풍광도 원형성을 사라지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산들은 각각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지형과 색의 절제를 통해서 흐트러짐 없는 정갈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에서 대상을 단순화시켜 나가는 것은 말을 비워가는 것이다. 유채꽃이 피어 있는 들녘, 진달래로 덮힌 산능선 그리고 온 산을 불태우는 단풍도 화려한 절제를 통해서 자연에게 조용한 경의를 표할 뿐 외쳐 말하지 않고 있다.
김민선_북한산-인수봉_72x116cm_oil on canvas_2014
이러한 절제가 가능한 것은 안과 밖을 분리시켜 확산을 막는 선의 개입 때문인데 선(線)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겹겹이 쌓여 산을 이루는 선들이 층리 같은 느낌을 주어서인지 김민선의 그림을 보면서 단층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나는 여기에 김민선의 작업을 이해하는 열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단층과 산은 엄청난 지질학적 힘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판의 분리나 충돌로 인해 생겨난 지형이 산인데 이 지각변동이 가져오는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지진과 화산을 일으켜서 인류에게 위협적인 판의 충돌 에너지가 오히려 지구 깊은 곳의 광물을 인류가 사용 가능한 영역으로 옮겨줘 문명을 발전시키는 역활을 했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중요한 고대문명의 발상지 13곳 가운데 11곳이 단층선 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김민선_성산-일출봉/5원소_60x91cm_oil on canvas_2014
김민선_성산-일출봉_35x72cm_oil on canvas_2014
가끔 우리는 예술 그 자체보다 예술가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가 있다. 그것은 예술가가 삶 속에서 겪었던 경험들이 주체할 수 없는 예술적 추동이 되어 작품으로 승화되는 과정에서 유미주의적인 진실을 만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음악도, 고흐의 그림도 그들이 겪어 내야만 했던 내밀한 고통이 없었다면 예술적 성취와 지금과 같은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김민선 작가의 경우도 자신의 분신처럼 경영해 오던 사업체를 정리하면서 그녀의 인생에 단층선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단층선을 따라서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그림에 대한 열정이 용암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단층선이라는 거대한 지구의 틈을 통해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가 공급되는 것처럼 개인적인 단층선은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단절된 틈이 깊을수록 더 뜨거운 에너지가 솟아나는 지구처럼 절망을 열정으로 승화시켜 그것을 이겨내게 만드는 것이 예술의 힘이다.
김민선_한라산-봄은 또 오고_35x72cm_oil on canvas_2014
산을 그리는 이유에 대한 물음에 작가는 산에 오르면 어머니의 품과 같은 정서적 교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몸을 던져도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 같은 포근함에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고 덧붙였다. 산은 지각변동이 일으킨 뜨거운 열기가 식은 후에야 생명을 품기 시작하는데 산의 포근함, 어머니의 품과 같은 치유력은 산을 만든 지구의 근원적 에너지가 인류에게 선사한 선물이 아닐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산이 지표면의 융기와 퇴적에 의해 생성됐다는 것을 처음 밝혀낸 사람이 과학자가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는 사실은 예술가의 직관이 자연의 비밀을 관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김민선_마이산-소꿉장난_40x72cm_oil on canvas_2014
김민선_마이산-연비어약(鳶飛魚躍)_50x116cm_oil on canvas_2014
앞서 형과 색의 절제가 말(言)을 비워 나가는 것이라고 했는데 김민선의 작업이 보여주는 고요함은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를 구속하는 일상적 시각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상태 (état de nature)’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가 부여하는 선에 의해서 단색으로 채어진 산은 시지각적 그림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비워진 산의 내부는 우리의 걸음, 즉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만이 채울 수 있는 내용으로 충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텅빈 충만은 자연의 품처럼 넉넉하다. 폴 클레는 ‘예술작품의 힘이란 대지의 힘’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예술은 대지처럼 생명을 키워내고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김민선은 대지의 힘을 보여주기보다 선(線)을 통해 산으로 들어가는 틈/길을 만들어 주어 우리를 초대한다. 능선을 드러내주는 선은 길이 되고 길을 따라 가다보면 골짜기를 지나 어느새 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걸을수록 세상은 넓어지고 오를수록 산은 높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김민선의 산은 침묵과 도약이 공존하는 세계이다. 지층을 뚫고 솟아오른 산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작가의 모습과 닮아있는지 모르겠고 그것은 또한 내재된 예술적 추동력으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일수도 있는 것이다.
노순석 | 조형예술학 박사
김민선_대관령능선(안반덕)-능구(陵丘)_60x91cm_oil on canvas_2014
김 민 선(金旼宣) Kim min-sun
한국 방송통신대학 경영학과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여성 경영자 과정 수료
개인전
2014 갤러리 가회동 60(서울)
2013 경인미술관(서울)
활동 및 경력사항
2008 유티모스트아이엔에스 (주) 부사장역임
E-mail:kmsun27@hanmail.net